지난 1년은 나에게 강제휴식을 가졌던 1년이다.
2020년 12월 퇴사를 하면서 맹세했다.
내년에는 일하지 말자.
스물세 살부터 계속 일하고, 일하지 않으면 아르바이트라도 한 나에게 강제 휴식은 정말 지루한 나날이었다.
해가 지자마자 바리스타 학원 등록을 한 매일 2시부터 5시까지 한 달 반 수업.
아침에는 아이들을 돌보고 학원에 보내놓고 호평동으로 달려가고 폭설이 잦았지만 무슨 일이든 한번 해보자는 생각에 하루도 빠짐없이 다녔다.
마지막날 교통사고로 못간거 빼고는…
제가 만든 라떼아트 어설퍼서 잘못 만들었는데 마지막 평가에서 1등을 했다는…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고 다시 지루해졌다.
뭘 해야 되지?전에 흥미는 있었지만 준비기간이 길어서 도전하지 못했던 간호조무사 자격증?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한 그때가 2월말이었는데, 며칠 후인 3월 개강반이 있네.이건 하늘의 시작이야!
!
굿 타이밍~!
학원에 전화해보니 수강 인원이 꽉 차서 대기 인원에 올릴 수 있다고 했다.
;;;
대기 1번으로 올려놓고 수업 시작 하루 전에 연락이 왔어. 취소자가 나왔다고…
그런데 문제는 국비 지원이 어렵다는 거야, 일반반은 자비로 문제점을 내야 하는데ㅜㅜ
음.. 이유를 알아보니 국비로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고 바로 관련이 없는 다른 직종을 배우는건 안된대..최소한 몇 달은 지났는지 바리스타에 취업한 기록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긴, 내가 생각해도 바리스타와 간호조무사는 거리가 너무 먼 것 아냐?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어.
사실 바리스타에서 아르바이트라도 하려고 노력했지만 20대나 경력자만 뽑아서 좌절했다.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었기 때문에 바리스타를 선택하지 않는다고 말했는데 어떡하지 라고 사정청취했어.난 꼭 간호조무사가 되고 싶대.그럼 파일을 보내줄테니 작성해서 메일로 보내달래.
파일을 열어보니 계획서였다.
현재의 자신의 상태, 앞으로의 계획, 1년 과정을 선택했을 경우의 가계 부담은 어떻게 할까 등.
4장의 계획서를 가득 채우면 국비 지원으로 간호조무사 공부를 시작할 수 있었다.
줌 수업중
난 코로나 때문에 비대면수업을 받았고 덕분에 아이 돌보면서 공부할 수 있는 특권을 얻었어!
!
야호
지나고 보니 코로나 때문에 일시적으로 훈련수당도 많이 받고(월_나는 받지 못했어);;)
자기부담금도 적었다(자기부담금)
장점뿐만이 아니었다.
집에서 수업하면 당연히 집중이 안 됐고, 동기도 없고(있지만 화면으로만 봤을 뿐) 핸드폰 들고 가기 일쑤였다.
어깨만 나오게 틀어놓고 친구들 만나고 강사님들께 죄송하네요
땡땡이 친 어느 날
그렇게 실습이 시작됐다.
6월부터 10월까지 총 5개월이었지만 나는 3곳의 병원에서 실습을 했다.
한곳에서 5개월간 할 수도 있었지만 나는 여러곳에서 많은 경험을 하고 싶었기 때문에 직접 병원에 전화해 실습생으로 써달라고 부탁해서 성공했다.
오래된 한방병원 1개월반, 아주 바쁜 내과 2개월반 최신식으로 문을 연 한방병원 1개월반
많은것을알았다,나는시끌거리고사람이많아서바쁜것을좋아한다는것과병원에빈곳이없는곳도있다는것.그리고나는아직마음의준비가안되었다는것.
첫 실습지에서 포기한다더니 다시 마음을 다잡고 5개월의 실습과정을 마쳤다.
그리고, 또 수업도 듣고있으면서… 놀았다
한참 놀던 어느 날 모의고사가 있었다.
집에서 봐서 좋았는데 잘 보면 난 20점 정도? 맞았을 것이다.
책을 펴서 6시간 정도 본 것 같아.단원별로 모의고사를 봐서 문항 수가 많았는데 정말 하나도 모르겠더라.
남들이 다 잡는다는 간호조무사 시험이라 너무 쉽게 봤기 때문에.. 멘붕했어.어떡해? 나 이거 떨어지면 창피해서 왜 고개를 들어?
1월 1일부터 공부하자.3월 19일이 시험이라서 충분해2022년부터 수업도 집중해 수업이 끝나자 모두 오기 전에 한두 시간씩 공부하기 시작했다.
9시반~3시: 정규수업 3시~5시: 혼자공부
좀 열심히 한 것 같아 2과목은 수업을 전혀 안 듣던 강사의 수업 스타일이 안 맞아서
혼자 문제집을 풀면서 책에서 찾고 필기하고 모든 과목을 이렇게 하다보니 머릿속이 채워지기 시작했다.
공부 노트
공부한 자취
그 노트 한권을 꽉 채웠다.
. 주말에는 놀다가 가끔 하루 빠질 때도 있었지만.. 문제를 풀고 오답을 가리는 내가 대견해서 공부하기가 쉽지 않았다.
외우면잊고또잊고..
2월 28일 마지막 수업이 끝나고 시험 날까지 마지막 마무리를 해야 하는데 너무 외로워졌다.
10일 정도는 놀고 나머지는 하루에 2~3시간 공부하고 끝났다.
함박눈 오는 날 시험을 봤는데 두둥아 진짜 공중보건이랑 보건간호학은 공부 안 나오고 너무 어려워서 좀 쫄았지만 합격
모의고사 때는 항상 85점 넘었는데 합격점 79점이라니 조금 아쉽지만 잘했어~~
1년 잘 견뎌내고 잘했어!
자격증을 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할 수 있는 일이 두 개나 늘었다^^
2022년은 더 잘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