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아르바이트는 대학교 2학년 여름방학 때 큰돈이 필요해서 잠깐 하게 되었다.
코로나 이전에 1년에 한 번씩 놀러가는 게 내 낙이었지만 여행자금을 위해서는 그냥 평범한 아르바이트로는 무리라고 생각했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중 동기가 자기 공장에 가는데, 나에게 같이 갈 것이냐고 물어왔고, 그래서 동기 1, 동기 2, 나, 선배와 공장 아르바이트 파티가 구성됐다.
우선 아웃소싱 회사에 가서 이력서를 제출하고 간단하게 안내를 받으면 된다.
당일 바로 공장에 간 것이 아니라 그 다음날인가? 며칠 후에 공장에 갔던 것이 기억난다.
면접은 공장에서 하는 아르바이트보다 쉽고 간단하게 본다.
긴장하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함께 뽑힌 사람들과 간단하게 OT하여 부서를 나눈다.
부서가 갈릴 때 담당자에게 친구와 같은 곳에 갈 수 있느냐고 물었지만 공장마다 부서마다 TO가 달라 본인이 해주고 싶어도 힘들다고 한다.
나는 공장 아르바이트가 처음이라 동기들과 함께 일하기를 원했지만 동기와 나는 같은 부서이긴 하지만 공장이 달랐다.
(은근히 큰 회사라서 1공장, 2공장으로 나뉘어져 있다.
)
동기1이 선동해 공장에 다 같이 다니기로 했지만 동기1은 또 늦잠을 자서 아예 오지 않았다.
선배는 다행히 같은 공장의 같은 부서에 배치됐지만 나와 조가 달라 마주치는 일이 거의 없었다.
( ´ ; ω ; ` )
모두 뿔뿔이 흩어져 일을 시작했다.
어떤 일을 했나요?전자기기 액정을 만드는 회사였다.
액정을 만들려면 원재료를 틀에 박아 고온에서 구워야 하는데 원재료를 틀에 끼우는 게 내 몫이었다.
이것이 공정의 첫 단계다.
다 구워진 액정을 틀에서 떼어내 틀과 액정을 정리한 뒤 틀을 세척하기까지가 내 담당이었다.
형 씻기가 의외로 힘들었는데 틀(쇠로 되어 있다.
개의 무게)를 바구니에 담아 세척기에 담근 뒤 그것을 다시 꺼내 건조까지 해야 했다.
넣을 때는 그럭저럭 넣는데 뺄 때는 쇠에 물까지 먹어서 너무 무거웠어
세척기가 커서 내가 뭔가를 밟고 위로 숙여야 하는 구조였다.
처음에는 같은 조의 언니들에게 틀을 같이 부여하는 것을 같이 해주지 않겠냐고 몇 번 말했지만 언니들의 일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 혼자 끙끙거리며 해보니 힘들지만 가능하긴 했다.
그런 나를 보고 같은 조 선배들이 도와줬는데 정말 고마웠다.
어떤 때는 자기들이 보고 자기들끼리 꺼내주기도 했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ㅜ ㅠㅠ
힘들었어요? 일은 별로 힘들지 않았어내 자리가 가장 구석에 있었고 공장에선 찾아보기 힘든 앉아서 일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내 사수 형도 내게 이 자리는 최고라고 말할 정도였다.
다만 나를 가장 힘들게 한 것은 교대근무였다.
3조 2교대였는데 밤낮이 바뀌어서 정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문득 퇴근길에 길가 가로수를 때리고 싶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이를 통해 다른 사람들이 일할 때 함께 일하고 다른 사람들이 쉴 때 함께 쉬는 것이 얼마나 축복인지 알게 됐다.
또 나는 돈보다 워라밸이 중요한 사람이라는 것도 이때 깨달았다.
분위기가 어땠어요?우리 조는 대부분 장기근속자였고 내가 막내였다.
그냥 막내가 아니라 까마득한 막내인 바로 큰언니가 우리 막내 이모와 다를 바 없을 정도였다.
아주머니들은 나를 ‘아기’라고 불렀다.
이렇게 큰 이야기 봤어요?
내가 어리니까 다들 너무 잘해줬어.그것과는 별도로 또래가 없어서 좀 지루했다.
나중에 반이 한번 바뀌면서 같은 또래가 들어왔는데 그때는 좀 재미있었어.
월급은 어땠어요?월급은 4대 보험이 됐고 야간수당 연장수당 추가수당 등 법적으로 받을 수 있는 것은 모두 받을 수 있었다.
큰 회사에 처음 일해서 사장님께 월급 얘기 안 해도 뻣뻣하게 들어오는 게 정말 다행이었다.
세금 내는걸 보니 좀 슬프지만 수입이 있는 사람이라면 세금은 다 내야겠지? 글쎄…
정확히 얼마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2개월 반 정도 일하고 교정받기 위한 액수보다 많이 받았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몇 달 더 일해서 여행자금을 모으고 싶었지만 당시 재학생이어서 아쉽게도 불가능했다.
유니폼 있어요?액정이 먼지와 이물질에 너무 민감한 물건이라 일할 때는 방진복을 입고 마스크도 하고 에어워셔로 바람을 쐬고 들어가야 했다.
그 밖에 출퇴근할 때는 자신이 입고 싶은 옷을 입고 오면 된다.
다른 공장에 간 동기2는 일이 힘들다며 며칠 만에 그만뒀다.
나하고 거의 비슷한 일을 하고 있었는데, 공장에서는 틀을 아주 독한 약품으로 매번 닦이게 하더라고.그걸 굳이 그런 걸로 닦을 필요가 있을까…?
동기1은 내가 가자고 했는데도 매번 늦잠을 자서 출근조차 안 했고 선배도 열흘가량 일했지만 너무 힘들다며 그만뒀다.
정말 힘들어… 무겁고 뜨거운 걸 날라야 한다면 나도 힘들어서 탈주할 것 같아.
나는 운이 좋아서 목표로 했던 날까지 착실히 근무하고 있었다.
근태를 너무 좋아해서 그만둘 때는 더 일하라는 권유를 받았지만 학교로 돌아가야 했고 공장을 그만둬야 했다.
공장 아르바이트는 무엇을 만드느냐에 따라 리뷰가 천차만별이라 마음대로 추천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큰돈이 필요하거나 돈을 모으고 싶은 사람(공장에 다니면 돈 쓸 곳도 없고 돈 쓸 시간도 없다.
) 또는 생각 정리를 하고 싶은 사람은 해 볼 만하다.
궁금한 점 댓글로 남겨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