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도서관 런웨이 책추천 한국소설추천 윤고은 베스트셀러

북리뷰 도서관 런웨이 도서 추천 한국소설 추천 윤고은 베스트셀러 한 사람이 말한다, 우리 눈 녹기 전에 안아요.눈이 있는 동안만 가능하도록 급히 안아주세요. 그럼 다른 사람이 그렇게 하지. 그렇게 하죠.p269

재밌다 잘 읽힌다 역시 내 관심의 주제였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결혼과 보험에 관한 얘기라는 것은 알았지만 과연 이들의 유대를 어떻게 풀어낼지 내심 궁금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소설 밤의 나그네들 윤고은 작가의 신간도서라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매혹적인 책의 표지는 말할 것도 없고 첫 문장부터 강렬한 느낌으로 시작되는 이 소설책 도서관 런웨이 속으로 들어가 보자.

 

처음 그래서 결혼과 보험 얘기라는 걸 알기 전에 이 책의 제목을 들었을 땐 뭔가 도서관에 얽힌 얘기가 아닌가 싶었다.
아니 도서관에서 런웨이라니 물론 가능하지만 내 상상에는 좀 어색한 게 사실이었다.
그러나 막상 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어땠을까. 주인공 안나처럼 북스타그래머는 아직 아니지만 그래도 도서 인플루언서인데 계정을 하나 만들어 이런 콘셉트로 할까 등 정신 바짝 차리면서 캐나다 핼리팩스도서관 이야기가 나오는 첫 부분을 읽기 시작했다.
언젠가 캐나다 동부를 여행하고 돌아와서 안나는 핼리팩스 도서관 이야기를 길게 꺼냈다.
지그재그 형태로 길게 뻗은 도서관 내부 통로가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그때 아마 도서관 런웨이라는 표현이 처음 등장했을 것이다.
안나는 그 흔적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p10

 

두 주인공이 있다.
한 명은 안나, 그리고 다른 한 명은 안나의 오랜 친구 ‘유리’ 친구라고 했는데 그렇게 가까운 사이도 아닌 정확히 말하면 친하지만 어떤 사건을 계기로 멀어졌다고는 하지만 서로 예의를 지키는 관계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이 두 사람의 관계를 묘사하는 장면도 매우 인상적이었는데, 이는 현실적인 내용을 과감하게 반영했기 때문이다.
어쨌든 안나는 캐나다 동부를 여행하고 돌아왔지만 핼리팩스 도서관에서 런웨이 일을 하다 만난 남자와 사랑에 빠져 결혼하게 됐다.
그 남자의 이름은 정우다.
스물한 살에 만나 마흔 살이 되는 지금까지 우리는 서로에 대해 연대기적으로 꾸준히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다.
어떤 시기는 많이 뭉쳐 있고 어떤 시기는 다시 완전히 공백 상태와 같은 관계라고나 할까, 물론 공백이 훨씬 길었다.
동기회 등을 통해 만나면 한 달 정도 점심으로 뭘 먹었는지까지 신나게 이야기하고 전시회에 함께 갔다가 어느 순간 다시 관계의 공백이 이어지는 패턴을 반복했다.
p30

 

코로나의 영향으로 여행사에서 퇴직한 안나와 코로나에서 더 바빠진 보험사 직원이 유리하다.
도서관 런웨이는 현재 세계적 위기상황인 ‘코로나’를 배경으로 지금 우리의 일상에 스며든 다양한 소재들을 활용하는데, 그것이 바로 결혼과 보험이다.
첫머리에 잠깐 졸업여행으로 대만에 갔던 얘기가 나오는데 물론 둘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졸업동기들과 함께 갔던 여행이었다.
몇 명씩 팀을 짜서 천등을 놓쳤다고 한다.
안나와 유리는 같은 팀이 돼 행사에서 서로의 소원을 대신 적어줘야 했다.
유리가 안나의 소원을 적어주는 장면에서 실소를 금치 못했는데 마치 보험 약관처럼 소원을 썼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 기억하고 있다.
직계혈족과 3촌 이내 방계혈족이 뇌출혈, 심혈관계질환과 암 치매 등 치명적 질환, 중증질환에 걸리지 않도록 이것이었다.
소원이 구체적이지 않으면 접수처리나 빨리 처리해 주지 않을 것 같아서요. 그런데 뒤돌아보면 그 문장에 느슨한 구멍이 많아. ‘뇌출혈’이 아니라 ‘뇌졸중’이라고 써야 그 소원이 포함되는 범위가 늘어나는데. 치명적 질환이니 중증이니 하는 것도 구차하고.

 

이 소설 도서관 런웨이는 친한 사이였지만 어떤 오해로 인해 멀어졌음에도 친구 안나와 유리 둘의 관계를 중심으로 안심결혼보험을 이야기한다.
굳이 줌으로 대화하면서도 뭔가 공백이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그때는 몰랐지만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 있었기에 바로 안나 곁에 ‘정우’가 없다는 것이다.
그 후 잠적해 버리는 안나와 안나의 행방을 찾으려는 유리. 이제부터 본격적인 사각관계가 시작된다.

 

호기심과 인정욕으로 앤더그 라운드의 조를 만나 안심결혼보험에 가입한 정우, 해외여행 중 정우와 사랑에 빠진 안나, 그런 안나를 오랫동안 사랑해 온 조, 보험 약관집에 대해 알고 싶었던 우연한 만남으로 조에게 호감을 느끼는 유리…p278 작품 해설 중 네 사람의 얽힌 관계를 보며 사랑의 의미도 다시 생각해 본다.
‘상대방의 보폭에 자신의 스피드를 맞추면서’ 걷는 것, 그것이 사랑이 아닐까. 안나는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는 남편 정우가 남긴 보험 약관집을 읽다가 그 속에서 뭔가를 발견한 건 아닐까. 정우가 했던 모든 말은 ‘진실’이었다고 말해주는 유리의 따뜻한 위로는 아마 큰 힘이 되었을 것이다.
사랑하는 두 사람이 속도를 맞춰 나란히 걸을 때 비로소 완성되는 런웨이. 그러나 멈추지 않고 나아갈 때 빛을 발한다.
안나가 더 잘해야겠다고 다짐하는 대목이 그래서 더 감동적이다.

 

안나는 깜짝 놀랄만한 은하수 조우에 대해 말해줬어. 바닥을 보면 안나의 그림자와 거대한 나무 그림자가 이미 딱 붙어 있어서 서로의 실루엣을 무너뜨린 상태로 되어 있어. 창 밖으로 바람이 불면 잎사귀 그림자는 더 심하게 흔들리며 그 요동 속에서 그와 품지 않는 키스를 한단다.
그림자는 실체보다 더 빨리 닿는 거라고.p269 “사랑이 사라진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을 넘어선 사랑이 있다” 불안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작은 반응에도 쉽게 좌절하고 흔들린다.
하지만 그래도 함께 보폭을 맞춰 걸어가자고 했다.
눈이 녹기 전에 꼭 껴안자고 한다.
눈이 있는 동안만 가능하도록 급히 껴안으려는 안나를 보며 읽는 내내 가슴 졸이던 내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음을 느낀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윤고은 작가의 신간도서 도서관 런웨이. 흥미로운 소재도 그렇지만 그녀의 필력에 다시 한번 감탄하며 휘몰아치듯 단숨에 읽어 버렸다.
코끝이 찡했다.
소설을 좋아한다면 이 책을 주목해 주세요. 오랜만에 재미있게 읽은 소설책 리뷰를 끝내고 마지막으로 나도 이렇게 외치고 싶다.

안아줍시다그럽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