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에게 들은 비결은 특별전형이었다.
최근 입시는 내가 대학에 갈 때와 달리 일반전형과 특별전형으로 나뉘고 특별전형의 경우 종류가 너무 다양해 준비해야 할 것도 제각각이어서 입시준비가 과거에 비해 복잡해지고 어려워졌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특별전형을 잘 이용하면 생각보다 쉽게 대학에 갈 수 있을 것 같았다(지금은 생각이 다르다). 선배 자녀의 경우 고교 2학년 때부터 갑자기 반항기가 돼 공부를 하지 않게 됐는데도 아이가 과학영재고 출신이기 때문에 과학영재고 출신을 뽑는 전형에서 대학 2곳에 합격할 수 있어 그중 한 곳을 골라 진학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부모님 입장에서 과학영재고를 보내면 유명 대학의 합격은 보장되지 않을까 싶어 과학영재고를 보내기 위해 어떻게 했는지 다시 묻기 시작했고 선배는 나에게 일단 서울에서 열리는 각종 경시대회에 계속 합격시켜 가능성이 있는지 알아보라고 하셨다.
이때부터 자녀교육에 대해 주변 지인들에게 물어봤더니 아이를 서울에서 교육시킬 예정이라면 중학교에 올라갈 때 보내는 것이 늦어질 수 있다는 말을 많이 듣고, 당초 계획보다 2년 빨리 아이가 5학년으로 올라가는 시점에 서울공립초등학교로 전학시켜 1년간 자녀교육을 위해 몇 가지 시도하면서 겪었던 시행착오를 공유하고자 한다.
아이를 전학시킨 뒤 아내에게 공부 카페에 가입시켜 어떤 문제집을 통해 공부할지를 알아보게 했다.
그리고 사립초등학교에서 배운 영어를 잊어버릴까봐 영어학원에서부터 다니기 시작했다.
수행평가에 대비해 초등학교 때 악기 하나쯤은 할 줄 알아야 한다고 피아노학원 미술학원까지 보내면 수강료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래도 다시 시작된 서울 생활(학교, 학원)에 아이들이 겨우 적응하기 시작한 것 같아 학원비가 아깝지 않았다.
특히 영어학원의 경우 원어민 선생과 한국 선생이 2명 있고 한국 선생이 자녀의 공부상태 전반에 대해 수시로 보고하는 것을 보고 진보된 최근의 학원시스템에 적잖이 놀랐다.
일단 학원을 3개만 보냈는데 왔다갔다하는 시간과 학원 숙제가 적지 않아 수학의 경우 경시대회를 먼저 보내기로 했다.
지금은 시간이 지나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아마 성대경시대회를 한 번 보냈을 텐데 점수가 완전히 처참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다음으로 시도한 것이 해법수학 경진대회였다.
해법수학 경시대회의 경우 홈페이지에 과년도 기출문제와 정답해설까지 모두 게재돼 있어 내가 옆에서 도와주고 싶어 아이에게 56년치 문제를 출력해 풀게 했다.
과년도 문제를 여러 번 살펴보면 전체 25문제 중에서 20번까지는 기본 교과 과정만으로 충분히 풀 수 있는 문제였고, 21번부터 25번까지 5문제가 정말 어려운 문제로 구성되어 있어서 점수 변별력은 마지막 5문제에서 판가름 날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지막 5문제를 공략해야 하는데 문제는 고등학교 때 이과를 나왔고 그나마 전공이 이공계열이라 대학 4년 동안 수학을 놓지 않았던 나조차 이 5문제의 경우 어떻게 풀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더 비참했던 것은 답안지를 보고도 이해할 수 없는 문제가 더러 나와 해결책 수학에 전화를 걸어 설명해 달라고 한 적도 있었다.
몇 달 동안 아이들과 경연대회 준비를 하면 할수록 이것을 아이에게 준비시키는 것이 맞는지 스스로에게 자꾸 묻게 되었다.
수학올림피아드에서나 볼 수 있는 이런 문제들은 아마 풀이 유형을 아이들이 익히지 않았을까. 학창시절을 겪어본 분이라면 알다시피 수학이라는 것이 어느 정도 기초가 닦였을 경우 아무리 어려운 문제라도 그 유형을 익힌다고 해서 숫자만 틀리게 나오는 비슷한 유형의 다른 문제에 대해서 푸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물론 진짜 수학적으로 두뇌가 뛰어난 천재라면 아무런 사전 훈련 없이도 그 자리에서 바로 풀 수 있겠지만 그 정도 지능을 갖고 있지 않은 장남의 경우 결국 수학경시대회 준비를 위해 이해할 수 없는 문제를 유형을 외우고 비슷한 유형의 문제풀이 연습을 해야 한다는 것인데 그렇게까지 공부시키고 싶지는 않았다.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아이에게는 해법수학 경시대회는 계속 봐야겠지만 20번까지는 기본 교과과정에 대한 내용이니 20번까지 열심히 풀고 마지막 5문제는 포기하라는 것은 아니지만 어려운 문제니까 틀려도 상관없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의 아이를 객관적으로 평가했을 때 과학영재고등학교 준비를 시킬 만한 머리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 깨끗이 포기했다.
그리고 과학영재고 출신들의 진로를 살펴보니 대부분 대기업이었다고 한다.
물론 요즘처럼 취업이 어려운 시기에 대기업에 갈 수 있다고 하면 되지 않을까 싶지만 어릴 때 그 정도 사교육비(선배에게 영재고 준비 시절 사교육비를 들였는데 정말 엄청난 규모였다)를 투자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투자 대비 결과가 내 기대치보다 약간 낮은 것 같았다.
한 가지 이해하기 힘든 것은 과학영재고에 들어가 의대로 진로를 바꾸는 아이들의 경우 주말에 의대 진학을 위한 과외를 따로 받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과학영재고에 대비하는 아이들의 경우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공부를 시작한다고 하는데 공부하는 양이 거의 입시생 수준으로 보였다.
문제는 초등학교 때 스스로 공부하겠다는 동기부여가 정말 어렵다는 점이다.
우리 장남의 경우도 공부에 대한 동기부여가 되지 않기 때문에 공부시키기가 정말 어렵다.
만약 내 아이를 과학영재고 준비시키겠다고 한다면 공부에 동기가 돼서도 안 되는 아이에게 너무 일찍 공부량을 강요할 경우 아이를 너무 일찍 수험생으로 만들어 버리는 결과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큰아들이 5학년 2학기가 되면서 사춘기가 닥치기 전에 없던 반항과 게임 때문에 우리 부부와 전쟁 중이어서 과학영재고 준비를 포기한 것은 잘한 일이다.
큰애의 반항과 게임에 관한 것은 다음 글에 적어보도록 하겠다.